야설경험담

사각지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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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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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은 자신때문에 싸움판에 뛰어든 창민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마음을 감출수가없었다
몇년동안 연락없이 그동안 얼마나 궁금해했던가
그런 창민이 자신을 찾아왔는데 공교롭게 오늘같은 일이 벌어진것이다
그러나 마음한켠에는 창민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든든할수없는것이다.
이넘만 옆에있으면 자신이 생각만으로 그친 일을 실행에 옮길수도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섣부르게 창민에게 말을 꺼낼수가없었다

한참을 앉아있던 창민이 자신의 옆에서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정식에게 한번 씨익 웃더니 입을열었다

"다친곳은 없냐?"

"다치긴 임마..니가 다 정리해놓고..난 한거없다..소리만질렀지"

창민의 다친곳없냐는 질문에 정식은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걸 간신히참았다.
다른누구의 염려보다도 창민의 염려스런 말한마디가 가슴을 저리게 만든것이다.
이런 창민에게 어둠과 위험의길로 같이 빠져들자고 차마 말을 할수없다고 생각한 정식은 창민에게 말을 꺼내려생각했던 일을
접어 두기로 했다.
혼자서 위험에 빠져들지언정 이런친구를 같이 물귀신마냥 끌고 들어갈수가없었던것이다

"정식아?"

"응?"

"사는게 재밌니?"

"짜식 누가 재미있어 세상사는놈 봤니?"

"그럼?"

"그냥 사는거다..동생들얼굴에서 웃는모습보면서 ..그리고 날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성인군자 나셨네..자식..그동안 많이 컷다"

창민은 예전에 그랬듯 정식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서너번 쓰다듬어 주었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 참지못하는 정식도 창민의 손은 한번도 거부한적이없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복잡하거나 참지못할때 창민의 손길이 정식의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주었던것이다.

"참 위에있는 사내들은 어떻게 할거냐?"

창민이 사무실을 쳐다보며 정식에게 아까 사내들의 처리에대해 입을 열었다

"글쎄 일단 올라가보자..뒷정리하라고 내려왔는데 어느정도 정리가 됐겠지"

정식도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사무실안은 벌써 정리가 되어 있었다 .
그러나 바닥 여기저기에 뿌려져있는 핏자국은 지우지 못했는지 얼룩진 핏자국이 남아있었고 사무실 벽면에 걸린
액자와그림들도 깨진채로 덜렁대며 메달려있었다.

권칠상은 조막손패거리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릅을꿇고있었고 그뒤로 다른 사내들 역시 엉거주춤자세로 전부 사무실
한켠에 모여있었다.

사무실 입구에 정식과 창민의 모습이 보이자 조막손패거리들을 발로 차며 정렬을 시키던 민수와철승 그리고 사내셋이
동작을 멈추었다.

권칠상은 창민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이내 머리를 바닥으로 쑤셔박듯 고개를 숙였다.
창민의 얼굴을 보자 좀전에 자신의 손목을 웃는얼굴로 뽑아버린 모습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창민의 시선을 피한것이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이바닥의 생리때문일까 권칠상역시 철저하게 강한자에게 약한 더러운 양아치근성을
나타낸것이다.

정식이 의자를 가져다 권칠상의 앞에 놓더니 의자에 다리를꼬고 앉았다.
그옆에는 혹시있을지모를 불상사에 대비하듯 긴장을 한체 민수가 쇠자를 움켜쥐고 권칠상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철승은 예전과는 다르게 시선이 창민을 쫒고있었다.
무술을 두루 섭렵해 나름대로 싸움에는 자신이있다고생각했던 철승의 눈에 창민은 거대한 활화산같이 크게 느껴졌기때문이다
막싸움같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행동으로 사내들을 한방에 한명씩 무슨 놀이하듯 쓰러트린 창민의 모습이 철승의
뇌리에 충격적으로 다가왔기때문에 창민의 모습에서 눈을 뗄수가없었던것이다.

창민은 창쪽에서 밑을 바라보다 강렬한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린 창민과 시선이 부딪친 철승은 얼굴이 약간 벌개지더니 눈길을 피했다.
자신을 쳐다보다 얼굴이 빨개지는 철승의 모습을 본 창민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는 행동이 정식이 어릴때와 비슷하다는생각이 들었던것이다.

권칠상은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머리를 굴렸지만 이미 사태는 말로 해결할수없을정도로 벌어졌기에 차라리 정식에게
솔직히 이야기를 하고 용서를 구하기로 맘먹었다.
그나마 청과물시장이라도 구역이있어서 자신과 조직원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수있었는데 정식이 자신을 용서하지않으면
이제부터는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야할 처지가 되버린것이다

자신이 데려온 인원이면 정식이 정도는 갈아버릴수있다는 생각에 실전에 쓸수있는 사람들만 추려서 데리고왔던것인데
오히려 정식의 부하들도 제대로 없는상태에서 이지경이 되버린것이다

특히나 창쪽에 서있는 정체모를 저 사내의 실력은 권칠상 자신도 처음 보는것이었다
저사내가 조금만 더 독하게 마음먹었으면 자신은 이자리에 이자세로 앉아있지도 못했을거라 생각을 하자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동생"

권칠상이 정식을 밑에서 올려다보며 애처로운 눈길로 입을 열었다

"씨벌넘..동생?..워째 우리형님이 니 동생이냐?..이새끼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네"

옆에 있던 민수가 쇠자를 권칠상의 머리에 내려칠듯 치켜들고는 눈을 부릅떳다

"됐다..그만해라"

정식은 옆에있던 민수에게 손을저으며 권칠상을 쳐다보았다

"말씀하시죠"

부드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정식과 옆에서 눈을 부릅뜬 민수를 번갈아 쳐다본 권칠상은 자신이 여기에 오늘 오게된 이유와
여기를 오늘 접수했을때 두성이파에서 받게될 반대급부에대해 정식에게 모두 털어놓기 시작했다.
권칠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식은 자신의 생각이 맞아 들었음을 느꼈다.
장애인들로 조직된 조막손패거리들이 아무리 깡다구가 좋다고해도 두성이파의 내락없이는 자신이 관리하는 똥치골목에들어와
행패를 부릴수가 없었기때문이다.

"이젠 어떻게하겠습니까?"

착 가라앉은 정식의 목소리에 권칠상은 입을 열수가없었다
한번만 봐달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것이다
자신같아도 자신에게 이런식으로 죽자고 달려들면 용서는 커녕 난지도에 묻지 않는것만해도 황송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이런식으로 일을 벌이실겁니까?"

"아녀 절대 그런일 없을꺼여..이렇게 병신된 몸으로 어찌"

권칠상이 두팔을 허공에 젖으며 아니라는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양손목도 같이 덜렁거렸다.
그런 모습을 한참동안 말없이 내려보던 정식이 의자에서 일어나 쇼파쪽으로 걸어갔다

"한번만 더 이런일이 벌어지면 끝입니다"

차가운 정식의 말이 사무실에 울려퍼지자 권칠상은 눈물을 흘르며 고맙다며 정식을 향해 연신 절을 했다

"아니 형님?..그냥 보내주시렵니까?"

"맞습니다 형님 이런놈들 그냥보내주시면 또 딴 생각합니다"

민수의 말에 철승이 맞장구를 치며 정식을 쳐다보았지만 정식의 눈빛에 그만 고개를 숙였다
한번결정을 내리면 번복하지 않는 정식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막손패거리들이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바닥에 쓰러져있는 권칠상을 양팔로 일으키고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계단쪽으로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사무실은 금방 텅 비어버린것 같은 느낌이들었다
조금전까지 수십명이 북적되던 사무실에는 이제 정식의 일행들만 남았던것이다

잠시 사무실에 정적이 흐르다 사무실 계단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다시 조막손패거리들이 올라오나싶어 긴장한눈으로 사무실 입구를 쳐다본 민수의 눈에 이성수의 벌개진 얼굴이 보였고
이성수뒤쪽에 회식자리에 있을 동생들 모습이 무더기로 보이기시작했다.
담배피우러 나간다던 창민과 정식이 돌아오지않고 가게 밖에도 모습이 보이지않자 성수가 혹시나하는생각에 동생들과 사무실로
달려온것이다

사무실로 들어서며 정식의 이름을 부르려고 입을 벌리던 성수는 민수가 자신을 쳐다보는걸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고
급히 민수곁으로 다가왔다
사무실입구에서부터 바닥에 여기저기 얼룩진 핏자국을 발견했기때문이다

"뭔일 있었어"

이성수가 서있는 정민수의 어깨를 툭쳤다

"그려 이 돼지새끼야..많이 쳐묵었냐?"

"응?..많이 묵지는 못하고 간에 기별갈정도만...이런씨불넘 뭔일있냐니까 뭔 딴소리야"

이성수가 민수의 물음에 대꾸를 하다가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렸다
사무실로 뛰어오면서 저쪽 청과물시장쪽으로 무리지어 사라지는 조막손 패거리를 본 이성수는 사무실 바닥에 생생하게얼룩져있는
핏자국을 보고 물었던것인데 민수가 딴소리를 해대니 화가났던것이다.

"뭔일은 자식아..별일없었어"

"뭐? 별일없어?"

"응"

"근데 이 핏자국은 뭐여?"

"그거?"

"그려 씨불놈아"

"글쎄 ..창다방 미스김 그가스나가 생리터진걸 모르고 거기에 소변을 봤나?"

계속 민수가 동문서답하듯 놀리자 이번에는 이성수가 막내인 민수곁에 서있던 철승을 닥달하기시작했지만 정식의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왜들 회식하다말고왔어?"

"성님이 보이질 않아서.."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성수가 정식을 쳐다보았다

"회식끝나거든 애들에게 청소마무리시키고 우선 고기집에가서 마져먹어 "

"..............."

"모처럼 내친구 창민이가 회식하라며 피같은 돈으로 니들 고기사주는거다 ..성의를 생각해서 배터지게 먹어야지"

정식이 창가쪽 창민을 가르키자 이성수도 창민의 쳐다보고는 동생들을 끌고 다시 고기집으로 향했다

"저기 민수너도 철승이 데리고 갔다와"

"저흰 됐습니다..형님"

"갔다오라니까..여긴 거의 정리됐으니 가서 철승이 저자식 고기좀 많이먹여라"

"..............."

"명색이 형이라는 놈이 동생걷어먹이지는못하고 싸움판에만 끌고다닐래?"

"그럼 갔다오겠습니다"

거듭되는 정식의 말에 민수는 고개를 숙이더니 곁에 서있던 철승을 데리고 사무실밖으로 나갔다


사무실 밖으로 민수와 철승이 빠져나가자 한쪽 구석에 서있던 사내셋중에 연장자로 보이는 사내가 정식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말씀 많이들었습니다"

정식은 사내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자 쇼파에서 일어나 두손을 저었다

"오히려 초면에 제가 죄송합니다..이런 소란에 끌여들여서"

정식은 사내를 자리에 앉게 하고는 자기를찾아온 사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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